나는 매주 3천 원씩 로또를 산다.
벌써 2년째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다.
아니, 있다. 5천 원에 두 번 당첨된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매주 월요일마다 자동으로 번호를 선택하여 로또를 구매한다.
한 번 구매할 때 3천 원씩 구매를 한다. 처음에 몇 개월 동안 5천 원씩 구매를 했다.
물론 인터넷으로 구매를 한다.
복권을 사러 일부러 판매점을 찾아갈 정도의 열정을 품고 살지도 않으며 토요일 밤에 로또 추첨을 몇 시에 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그러니 추첨이 끝난 후 바로 확인을 해본 적도 없다.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도 많다. 그럴 거면 뭐 하러 사니?
당첨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이유는 낙첨된 사실을 굳이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그저 당첨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기대를 조금이라도 더 연장한다는 의미는 아닐까 생각한다.
아님 쿨하게 잊어버리고 있거나 그도 아니면 기대를 하지도 않거나.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나로써는 한 주에 로또 3장을 사고 그중에 1등 당첨될 확률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계속해서 제기되고있는 조작설과 석연치 않은 녹화방송 관련 이야기들,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당첨자들까지... 해가 갈수록 불신만 커져가는 로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로또를 사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 이유는,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매주 판매점에 가서 사야 된다고 하면, 1년에 한두 번 샀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10년에 한두 번이었던 거 같다.
왜냐하면 바빠서 그렇고, 잊어버려서 그렇고, 더욱이 운전하는 사람들은 다 잘 안다.
뭔가를 구매하기 위해서 잠깐 주차한다는게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그것도 당장 필요해서 구매하는 것이 아닌 경우 더욱 그렇다. 나의 경우에는 산책이나 운동 나갔을 때 주로 구매를 하게 되는데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운동을 나갈때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휴대폰만 들고나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 모를까 봐 신용카드를 한 장 주머니에 넣고 나가는 날은 그래도 뭔가 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복권판매점은 카드 사용이 불가하다는 것을.
복권 사이트에서 예치금 충전만 되어있으면 바로 온라인상에서 로또를 구매할 수 있다.
아쉽게도 온라인 구매는 일주일에 5천원이 구매 한도이다. 성인들에게 지나치게 간섭하는 법규나 규제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좋은 꿈을 꾸어서 복권을 구매하려고 했더니, 월요일에 5천 원 다 구매를 해서 한도 초과로 구매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뒤로는 3천 원씩 구매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정말 대박꿈을 꾸게되면 사용할 비상용 총알을 남겨둬야 하므로.
두 번째 이유는, 스마트기기의 활용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 구매 한다는 것을 매주 잊어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알람을 설정해 두었다.
매주 월요일 오후2시면 알람이 울린다. 띠링띠링 '복권구매'
그러면 숙제하듯이 구매를 한다. 기대도 없고 감흥도 없고 설렘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복권을 사면 일주일이 행복하다고 하는데, 나는 그 말에 동의해 본 적이 없다.
그냥 한 주일을 시작하는 통과의례같이 되어버렸다.
세 번째 이유는, 금연 때문이다.
담배를 끊고 나서 매일 2천 원씩 모아봤다. 서너 달 지났을 때 저금통에 모인 돈이 10만 원쯤 되었다.
그 돈으로 기분 좋게 술을 사 먹었다. 술 마실 때는 더욱더 담배 생각이 간절해지지만 그래도 꾹 참고 마셨다.
남들이 담배피러 나가면 일부러 안 따라가고 혼자 퍼질러 앉아서 술만 더 마셨다.
이런저런 덕분에 어느 날부터 건강에 문제가 생겼고 그리하여 그 좋아하던 술도 끊게 되었다.
그러니 로또를 구매하는 행위는 일주일에 한 번 뭐라도 해야만 하는 종교의식처럼 되어버렸다.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떤 부부가 '우리 사이는 로또야'라고 해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죽을 때까지 서로 맞는 게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 이쯤에서 이런 생각과 마주치게 된다.
매주 3천 원씩 저금을 하는 게 나을까? 되지도 않는 로또를 사고 희망을 품고 사는 게 나을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데 과연 티끌이 태산이 될 확률과 로또가 당첨될 확률과 어느 것이 더 현실적 확률일까?
20억 쯤 생기면 제일 먼저 무얼 할까? 즐거운 상상을 해보면 지금 힘든 일들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이든 하지도 않고 상상만 하는 것보다는 그나마 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내가 되지도 않는 로또를 매주 사는 결정적 이유는 이 한마디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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